제149화: 우주 대스타 카일의 햇살마을 방문!
찌는 듯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햇살마을의 나른한 오후.
조용하던 동네 골목길의 적막을 깨고, 최고급 검은색 밴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토마스 가족의 집 앞에 멈춰 섰다.
마당에서 반려견 버디의 털을 빗겨주고 있던 엘리시아가
맑은 안구 센서를 들어 올렸다.
완벽한 인공 유기물과 나노 머신으로 빚어진 아주 뛰어난 미인인
그녀의 금발이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였다.
밴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차에서 내리자, 옆집 앞마당에서 화분에 물을 주며
동태를 살피던 미시즈 퍼킨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동네에서 잔소리가 많기로 유명한 그녀의 손에서
호스가 툭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오, 맙소사! 저 사람 그 우주 대스타 아니야?!"
선글라스를 벗으며 치명적인 미소를 날리는 남자.
그는 바로 현재 가장 잘나가는 유명 남자 아이돌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카일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오직 엘리시아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조용한 동네까지 달려온 참이었다.
평소 엘리시아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며 만날 때마다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직진남 카일은, 34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화보 촬영장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두꺼운 디자이너 슈트 차림을
유지하고 있었다.
"엘리시아 씨! 드디어 다시 만났군요."
카일이 담장 너머로 몸을 살짝 기대며 특유의 깊고 그윽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서, 스케줄 중간에 무작정 달려왔습니다.
나의 태양은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 있었네요."
인간 사회의 감정 현상, 특히 사랑이라는 비정형 데이터에
무지한 엘리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카일을 응시했다.
엘리시아의 시각 센서가 카일의 전신을 0.1초 만에 스캔하기 시작했다.
"카일 씨. 현재 심박수가 분당 130회를 초과했으며,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뺨의 온도는 섭씨 38.5도에 달합니다."
"하하, 그건 당연하죠.
엘리시아 씨를 향한 내 심장이 이렇게 뜨겁게 뛰고 있으니까요."
엘리시아는 카일의 느끼한 대사를 단칼에 잘라냈다.
"부정합니다. 현재 34도의 폭염 속에서 통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3피스 울 슈트를 착용한 결과, 카일 씨의 체내 열 배출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로맨틱한 생체 반응이 아니라 열사병의 초기 증상입니다."
"네...? 열... 뭐요?"
카일이 당황하며 되묻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그의 시야를 덮쳤다.
숨 막히는 더위와 두꺼운 옷,
그리고 무리한 스케줄로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었다.
카일의 다리가 픽 꺾이며 그의 화려한 몸이 바닥을 향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찰나의 순간, 엘리시아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완벽한 물리 연산과 속도로 튀어 나갔다.
그녀는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기 직전인 카일의 뒷덜미와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아 가뿐히 들어 올렸다.
건장한 성인 남성을 깃털처럼 가볍게 안아 든 엘리시아의 모습에,
담장 너머로 상황을 지켜보던 미시즈 퍼킨스가 기절할 듯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 엘리시아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미시즈 퍼킨스는,
종종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엘리시아의 우수한 능력을
목격할 때마다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머나 세상에! 저 가녀린 아가씨가 성인 남자를 한 손으로 번쩍 들었어!"
엘리시아는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카일을 안고
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허탈하게 웃고 있던
아빠 토마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품에 안긴 사람이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아이돌 카일이라는 사실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 마당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진 유기 인간을 구조했습니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에어컨의 온도를 18도로 설정하고,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겠습니다."
"아니, 엘리시아! 그 사람 지금 TV에 나오는 그 우주 대스타 아니니?!"
토마스가 허둥지둥 얼음주머니를 가지러 주방으로 뛰어가는 동안,
엘리시아는 카일의 넥타이를 풀고 젖은 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덮었다.
완벽한 구급 조치 덕분에 잠시 후 눈을 뜬 카일은,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엘리시아의 눈부신 미모에 다시 한번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진 척을 해야만 했다.
[인간의 구애 활동과 생물학적 한계 로그]
카일은 폭염이라는 치명적인 기상 조건 속에서도,
비효율적인 의복을 착용한 채 애정을 표현하려 시도했다.
인간은 타인에게 호감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체온 조절 기능마저 포기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열사병으로 쓰러진 그를 간호하며,
로맨스라는 비정형 데이터가 인간의 물리적 내구도에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를 발생시키는지 학습했다.
비효율적이지만, 그 맹목적인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파장은 꽤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제150화 예고
폭풍 같았던 카일의 소동이 지나가고,
햇살마을의 토마스 집에 작고 귀여운 대재앙이 찾아옵니다!
츤데레 길고양이 섀도우가 낳은 네 마리의 말썽꾸러기 새끼 고양이들!
가장 털이 검고 조용한 '미스터리', 복잡한 얼룩무늬의 '코드', 애교 만점 '엠파시',
그리고 매일 넘어지는 막내 '에러'까지!
"아악! 에러가 또 내 숙제에 오줌을 쌌어!"
중학생 에단의 비명 소리와 함께 시작된 새끼 고양이들의 집안 점령기!
"고양이 4마리의 불규칙한 이동 궤적을 100%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천하의 완벽한 AI 엘리시아조차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꼬물꼬물 아기 고양이들의 대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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