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폭우 속의 정전! AI 누나가 들려주는 오차율 0% 납량특집 괴담!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햇살마을.
며칠째 쉬지 않고 쏟아지는 폭우에 집 안의 공기는
온통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축축했다.
"으아, 마우스가 눅눅해서 게임을 못 하겠어!" 중
학생답게 공부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에단이 끈적거리는 손을
바지에 문지르며 짜증을 냈다.
"내 앞머리 고데기 풀린 것 좀 봐... 거실에 버섯이 자라도 이상하지 않을 습도야."
고등학생 클로이 역시 소파에 널브러져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금발에 아주 뛰어난 미인인 엘리시아가 쾌적한 발걸음으로 거실에 나타났다.
이웃들은 그녀를 그저 예쁘고 엉뚱한 미소녀로만 알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고인인 아론 박사가 남긴 인공 유기물 기반의
완벽한 AI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실내 습도 82%. 가족들의 불쾌지수가 임계점을 돌파했습니다.
제 체내의 열 교환 시스템을 역가동하여 거실의 습도를
최적 수치인 50%로 낮추겠습니다."
엘리시아가 미세한 기계음을 내며 쾌적한 바람을 내뿜으려던 찰나였다.
창밖으로 번쩍! 하는 눈부신 섬광이 번지더니,
고막을 찢을 듯한 쿠르릉- 쾅!! 소리와 함께 집 안의 모든 불이 탁 꺼져버렸다.
🕯️️ 촛불 앞의 가족들: "이럴 땐 역시 괴담이지!"
"엄마야!"
"정전인가 봐!"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가족들.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한 엄마 사라가 더듬더듬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만 가끔 엉뚱한 아빠 토마스가
주방 서랍에서 굵은 양초를 찾아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촛불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족들.
비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만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그때, 토마스가 촛불을 자신의 턱 밑에 바짝 대고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천둥 번개가 치는 어두운 밤.
이럴 땐 역시 무서운 귀신 이야기가 최고지 않겠니?
이 아빠가 어릴 적 겪었던 폐가 체험 이야기를 들려주마..."
토마스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시작된 납량특집 괴담 배틀.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토마스가 들려준 이야기는 귀신이 알고 보니 길고양이였다는 허무한 결말이었고,
에단이 신나서 떠든 이야기는 그저 자기가 하던 좀비 게임의 스토리에 불과했다.
가족들이 하품을 하기 시작할 때, 조용히 촛불을 응시하던 엘리시아가 입을 열었다.
"공포라는 감정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일시적으로 체온을 낮춰 더위를 잊게 하는 생물학적 효과가 있습니다.
납량특집의 비효율적인 유흥 목적을 이해했습니다.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 오차율 0%의 빅데이터 괴담: "이것은 실화입니다."
엘리시아는 자신의 안구 센서 조도를 15%로 낮춰
기괴하고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게 만들었다.
동시에 체내 냉각 팬의 출력을 조절하여,
거실의 온도를 미세하게 2도가량 떨어뜨렸다.
서늘해진 공기에 에단과 클로이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귀신이나 영혼 같은 비과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1998년 7월, 오늘처럼 150mm의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실제로 발생했던 미제 사건 번호 482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평소의 맑은 톤이 아니었다.
그녀는 음성 변조 시스템을 가동하여,
낡은 라디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거칠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새벽 2시 15분. 홀로 있던 피해자의 집 창문 밖에서,
누군가 일정한 간격으로 유리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끼기긱... 끼기긱...
빗소리에 묻힐 듯 말 듯 한 마찰음의 데시벨은 정확히 30이었습니다."
엘리시아가 손톱으로 탁자를 살살 긁으며 소리를 재현하자,
사라가 흠칫 놀라며 토마스의 팔을 꽉 잡았다.
"피해자는 떨리는 손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시 경찰청 서버에 기록된 피해자의 숨소리 파장을 그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하아... 하아... 저기요... 누가 제 창문을...
경악스럽게도 엘리시아의 성대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떨리는 목소리가 완벽하게 뿜어져 나왔다.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름 돋는 음향 효과였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분.
하지만 통화가 연결된 지 3분 42초 후,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가해자가 집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가해자의 젖은 발자국은 현관이 아닌, 바로 피해자의 등 뒤..."
엘리시아의 푸른빛 안구 센서가 천천히 에단과 클로이를 향했다.
"소파 뒤쪽 50cm 거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지금, 에단의 등 뒤에 있는 공간입니다."
"으아아아악!!" 에단이 기겁하며 소파에서 튀어 올랐고,
클로이도 비명을 지르며 쿠션을 껴안았다.
토마스와 사라조차 얼굴이 하얗게 질려 숨을 들이켰다.
엘리시아가 무미건조한 톤으로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려던 찰나였다.
파앗-!
형광등이 깜빡거리더니 거실이 다시 환한 빛으로 가득 찼다.
복구된 전기가 들어온 것이었다.
"하아... 살았다..."
토마스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단과 클로이는 아직도 심장을 부여잡고 헐떡이고 있었다.
완벽한 환경 통제와 사실적인 오디오 데이터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공포였다.
방금 전까지 무시무시한 라디오 목소리를 내던 엘리시아는
다시 맑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박수 상승 및 체온 저하를 목표로 한 납량특집의 목적을 100%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왜 모두의 표정이 그렇게 굳어 있습니까?"
📢 제148화 예고
어느덧 폭우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된 햇살 고등학교!
오늘은 클로이의 단짝 친구 제니가 햇살마을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날입니다!
과거의 오해를 엘리시아 덕분에 풀고 다시 끈끈한 절친이 된 제니.
그녀는 유행하는 심리 보드게임을 잔뜩 들고 와 야심 차게 대결을 신청합니다!
"엘리시아 언니! 이 게임은 거짓말과 눈치가 생명이라고요! 언니도 같이 해요!"
"좋습니다. 인간의 기만(Bluffing) 행위와 확률론적 게임 이론을 학습하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엘리시아의 무자비한 분석이 시작됩니다.
"제니의 안면 근육 미세 떨림과 동공 확장 지수를 분석하여,
99.9% 확률로 블러핑임을 증명하겠습니다.
클로이, 에단. 제니의 카드는 '스페이드 에이스'가 아닙니다."
보드게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오차율 0%의 AI 누나!
웃고 즐기려던 보드게임은 어느새 치열한 심리 분석의 현장으로 변해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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